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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2

[대인물] 2장, 108번의 칼 대인물 - 고룡 108번의 칼(一百零八刀) (1) 전사사는 금실로 짠 양탄자가 깔린 상비죽 침상 위에 비스듬히 누워 있었다. 창 밖으로 짙은 그늘이 덮이고 있었다. 바람 속에 연꽃의 맑은 향이 실려 왔다. 그녀의 손에는 벽옥으로 만든 그릇이 들려 있었고, 바로 이 그릇 안에 얼음으로 차갑게 한 연자탕(蓮子湯)이 들어 있었다. 이 얼음은 멀리 100리나 되는 관외에서 빠른 말을 달려 운반해 온 것이었다. ‘금수산장(錦繡山庄)’에도 얼음고가 있지만 전사사는 관외에서 가져온 것을 좋아했다.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그저 관외에서 가져오는 얼음이 좀 더 차갑게 느껴지기 때문이었다. 만일 그녀가 달이 네모라고 말한다한들 아무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전대소저가 좋아하기만 하면, 그 무엇을 하든 감히 반대하는 사람이.. 2007. 8. 31.
[대인물] 1장, 붉은 손수건 대인물(大人物) 고룡(古龍) 붉은 손수건(紅絲巾) (1) 청년의 손에는 칼 한 자루가 들려 있었다. 칼 손잡이에 묶인 손수건이 바람에 흩날렸다. 붉은 손수건. 막 떠오른 태양마냥 붉은 손수건이었다. 칼날이 햇빛을 받아 반짝였다. 청년은 이 뜨거운 태양 아래 땀을 흘리며 서 있었다. 입고 있는 검은 무명옷은 땀에 흠뻑 젖었다. 그는 포위된 상태였다. 포위한 사람은 비록 네 명 뿐이었지만, 얼마나 두려운 인물인지 청년은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벌써 몇 번이나 칼을 내던지고 포기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 칼에 묶여 있는 붉은 손수건을 모욕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 붉은 손수건이 상징하는 그 사람을 모욕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 붉은 손수건은 바로 그의 결심을 뜻했다. 끝까지 .. 2007. 8.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