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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회랑/대기영웅전

초류향의 내력 - 그와 철혈대기문의 관계

by 와룡씨 2008. 5. 30.
<대기영웅전>에는 초류향의 사부가 등장한다.

고룡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말일 것이다. 미번역된 작품의 이야기가 어떻게 소문이 났는지 모르겠지만(물론 옛 드라마가 있었으리라), 어쨌든 초류향의 광팬인 나로써는 찾아보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대기영웅전>을 보았지만, 끝까지 보지 않은터라 실제로 그 작품에 '초류향'의 이야기가 나오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중국 내 고룡팬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윗 문장은 '추측'일 따름이고 작품 내에서 정확하게 명시한 적은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이 '추측'이라는 것은 고룡이 깔아둔 복선에서 유추한 것으로 고룡 또한 마음 속으로는 그렇게 구상하고 있었음이 거의 틀림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초류향은 대체 철혈대기문과 어떤 관계일까?
아래에 잘 분석한 내용을 옮겨다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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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류향전기>는 고룡의 추리 무협 소설로, 주인공 초류향은 일대 협객이자 풍류남아이다. 그는 우아하고 냉정하며 생각이 깊은데다 마음도 따뜻한 절세의 인물이다. 그는 처음 등장할 때부터 천하에 이름을 날린 도사(盜師)였다. 고룡은 그의 일생에서 아주 짧은 부분만 서술했을 뿐 그의 신세나 내력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일부 독자들은 야제가 초류향의 사부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초류향의 내력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그의 이야기를 분석해보려고 한다.
고룡이 제일 처음 초류향의 내력을 제기한 부분은 <화미조>에서다.

궁남연은 잠시 침묵하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 자도 초류향과 마찬가지입니다. 강호에서 그들의 무공 내력에 대해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요. 다만 세가의 자제이며 어려서부터 무공을 좋아하여 집안에서 수많은 스승을 초빙했다는 것 정도만 알려져 있는데, 그들의 무공은 그 스승들에게서 배운 것이 아니었다지요..."
그녀의 말이 이어졌다.
"그는 초류향과 함께 자랐지만 무공은 확연히 다릅니다. 그의 무공은 강맹한 것을 위주로 하여, 지난날의 '철혈대기문'의 무공과 유사해요."
순간 호철화의 얼굴에 웃음기가 싹 가시고 놀라움이 떠올랐다.
궁남연은 그를 무시하고 계속 말했다.
"철중당은 철혈대기문을 중흥시킨 후, 야제 부자 및 적족한이라 불리던 대기문의 선배와 함께 멀리 떠났습니다. 그러다가 그의 고향을 지나게 되었겠지요. 제가 추측한 바로는, 초류향은 야제에게 무공을 전수받았고, 이 자는 적족한의 제자가 되었을 겁니다."
호철화는 한숨을 쉬며 중얼거렸다.
"정확히 맞추진 못했지만 아주 틀리지도 않았군. 강호인들이 당신네를 어찌나 두려워해서 이상하다 했는데 과연 실력이 남다르단 말이야."


위 원문에서는 초류향과 호철화의 내력을 간략히 설명하고 있다.
궁남연이 "지난날의 '철혈대기문'의 무공과 유사하다"라고 말하자 호철화의 표정이 변했다는 것은 그가 철혈대기문과 관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어서 '초류향은 야제의 무공을 전수받았고 호철화는 적족한의 제자가 되었다'는 말에 호철화의 반응은 '정확히 맞추진 못했지만 아주 틀리지도 않았다' 였다.
'정확히 맞추지는 못했다'는 것은 그녀의 추측이 틀렸다는 것인데, 그 틀렸다는 것은 초류향이 야제의 무공을 이었고 호철화가 적족한의 제자가 되었다는 것이다. '아주 틀리지도 않았다'는 것은 그 위의 문장과 짝을 이루므로 초류향과 호철화가 철혈대기문과 관계가 있다는 것을 말한다.

이 외에 작품의 이름에서도 연관성을 찾아볼 수 있다. <초류향전기>는 <철혈전기>라고 하며, <대기영웅전>은 <철혈대기>라고도 한다. 고룡이 아무 생각없이 <초류향전기>를 <철혈전기>라 부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초류향과 호철화가 '철혈대기문'과 아주 깊은 관계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대체 어떤 관계일까? 다시 한번 <화미조>를 살펴보자.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그 순간, 그의 생각은 저 멀리 북국(北國)의 빙설천지로 날아갔다. 머릿속에는 아주 아주 어렸을 때 호철화와 함께 사랑스러운 눈밭에서 장난을 치던 모습이 떠올랐다. 호철화는 몰래 다가와 눈덩이를 목으로 집어넣곤 했는데, 그 눈덩이가 가슴으로 흘러내리던 느낌이 지금과 똑같았다.

초류향과 호철화는 어렸을 때 북국의 빙설천지에서 놀곤 했다. 그 때는 무척 힘든 나날들이었다. 고룡은 작품 속에서 몇 번이나 그렇게 말했다.

따라서 그들은 결코 세가의 자제들이 아니다. 세가의 자제라면 초류향과 같은 어린 시절을 보낼 수 없으며, 결코 초류향처럼 임기응변에 능하며 침착하고 냉정한 성격을 가질 수 없다.
<대기영웅전>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철혈대기문의 자제들이 새외의 빙설천지에서 힘겹게 무공을 수련하면서 철과 같이 굳센 성격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초류향과 호철화 역시 그런 빙설천지에서 자란 것이다.
이것으로보아 초류향과 호철화가 철혈대기문이 자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실상 그들의 성은 '철'과 '운'이며 초류향과 호철화라는 이름은 가명일 뿐이다. '사방에 향을 남긴다(四處留香)'는 말에서 '사'자를 빼면 '처류향'이고 이는 곧 초류향과 발음이 같다. '화호접(花蝴蝶)'을 뒤집어 읽으면 '호접화'이고 이는 호철화와 발음이 비슷하다. 따라서 그들의 이름은 가짜라고 짐작할 수 있다.
호철화가 한 말에 따르면, 야제는 초류향의 사부가 아니다. 그렇다면 초류향의 사부는 대체 누구인지 분석해보자.
궁남연은 '그는 초류향과 함께 자랐지만 무공은 확실히 다르다, 그의 무공은 강맹함을 위주로 한다'라고 말했다. 철혈대기문의 무공은 강맹함을 위주로 한다. 그럼 대기문의 자제인 초류향이 어떻게 야제의 무공을 배웠을까?

다시 <대기영웅전>으로 돌아가보자.
철중당은 야제와 함께 지하 동굴에서 석달을 머물렀다. 그 때 야제는 자신의 무공을 친히 철중당에게 전수했고, 철중당은 자신이 수령광과 주조 남매를 혼인시켰다는(실제로는 아니지만) 자책감에 고된 수련을 통해 육체의 고통으로써 정신적 고통을 잊으려고 했다. 가의신공까지 얻은 그였기 때문에 석달만에 그는 야제의 무공을 모두 깨우칠 수 있었다.
따라서 다시 강호에 나왔을 때의 그의 무공은 바로 야제의 무공이라 볼 수 있다. 그러니 야제가 직접 초류향에게 무공을 가르칠 필요는 없다. 초류향은 철중당에게서 그쪽 무공을 배울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초류향은 철중당에게서 무공을 배웠음을 알 수 있다. 초류향이 대기문의 자제인만큼 철중당이 그에게 무공을 전수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럼 호철화의 무공은 어떻게 된 걸까? 호철화 또한 대기문 자제이며, 강맹한 무공을 익혔다고 했으니 대기문의 운쟁과 운갱 등에게 무공을 전수받았을 것이다.

초류향과 호철화는 대기문의 자제이니, 분명 철중당이나 운쟁 등과 혈연관계가 이어져 있을 것이다. 초류향의 무공이 철중당에게서 배운 것이라고 한다면 철중당과 초류향은 직접적인 혈연관계가 있을 것이다. <편복전기>를 살펴보자.

위행룡이 한 자 한 자 내뱉었다.
"내가 말하는 대영웅은 바로 '철혈대기문'의 장문인이자 천하제일 협의지사인 철대협, 철중당이오!"
철중당!
그의 이름이 나오자 사람들은 숨 조차 멈추었다!
수백년 동안 천하의 호걸들을 마음속으로부터 굴복시키고, '천하제일'이라 불릴 수 있었던 사람, 바로 철중당이었다.
전부잠이 말했다.
"철대협은 겉으로는 차가워보이나 속은 무척 따뜻해서 아무리 나쁜 사람이라도 개과천선할 기회를 주었지. 이 점에서는 초류향과 아주 닮았어."


'초류향과 닮았다'는 말에서 철중당이 초류향과 직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무슨 일을 당해도 냉정을 유지하고 주도면밀하게 생각하며, 대인대의한 초류향의 모습은 확실히 철중당을 닮아 있다.
아무런 관계가 없다면 고룡이 <편복전기>에서 한 장(章)에 걸쳐 철중당에 대해 이야기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따라서 초류향이 철중당과 수령광의 아들임은 90% 정확하다. 즉 <철혈전기>는 <철혈대기>의 속편인 것이다.

초류향의 성이 '철'이라면 호철화의 성은 '운'일 가망성이 많다. 고룡은 운씨와 철씨 두 사람의 이야기를 쓴 다음, 그 아들들의 철혈전기를 계속 써내려 가려고 한 것이다. 호철화의 나이가 초류향보다 다소 많은 것으로 보아 호철화는 운갱과 냉청상의 아들일 것이다.

철중당과 야제는 지하동굴에서 나온 후 해안가에서 철중당을 찾고 있는 수령광 일행을 만난다. 철중당은 침울하게 수령광과 주조가 혼인했는지를 묻고, 그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무척 기뻐한다. 그리고 대기문을 중흥한 후 수령광과 혼인하는데, 그들의 아이가 곧 초류향이다. 아마 처음에는 '철뭐뭐'라는 이름이었을 것이다.
일후 또한 자신이 친아들 운쟁이 정말 절벽에서 떨어져 죽는 것을 원치 않았다. 대기문 제자가 한 여자를 위해 절벽에서 뛰어내린다면 옛일을 묻지 않겠다고 맹세한 적이 있는 그녀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운쟁은 살아 돌아왔고 나중에 온대대와 혼인한다. 그들의 아이는 아마도 희빙안일 것이다. 그리고 나중에 철중당은 야제의 무공을 초류향에게 전수한다.

초류향과 호철화, 희빙안이 강호를 떠돌게 된 것은 철혈대기문의 전통에 따른 것이다. 대기문의 자제들은 강호에서 벌어지는 불공평한 일과 불의한 일들에 발벗고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이야기도 <철혈전기>라는 제목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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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기다보니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다. 철중당의 이름이 수백년동안 전해져 온 것이라면, 어떻게 초류향의 아버지가 될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철중당보다 한 세대 위인 야제에게 무공을 배우니 어쩌니 한 것으로 보아, 그 수백년이란 철중당이 살아온 기간이 아니라 최근의 성향을 말하고자 한 듯 하다.
어쨌거나 나 또한 궁금하게 여기던 초류향의 내력을 잘 분석해놓은 것 같아 속이 시원하다. 사실 초류향의 호색한 성격과 여자를 존중하는 태도는 외할아버지인 야제를 이어받은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렇게 보면 야제-주조-초류향 라인이 아주 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운쟁의 아들이 희빙안 이라는 것도 느낌상 맞는 것 같다. 비록 그 아버지는 열혈남아였지만 어머니인 온대대의 성격을 이어받았을 때 희빙안이라는 캐릭터가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아쉽게도 내가 무척 좋아하던 희빙안은 <대사막>이후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